한국서바스

45일간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배종만 2005-03-14 (월) 07:54 조회:1908

ㆍ첨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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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여행기를 써내라고 조르는 바람에 일단 정리를 시작합니다.
부민동 "효원사랑" 이번호에 실릴 글입니다.
-배종만-

지구 한바퀴를 돌고오다. (1)
지구 반 바퀴를 돌고 꼭 45일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대장정(?)이었다.
이렇게 다녀온 여정을 글 한바닥에 담을 자신이 없다. 이번호 한판으로 끝을 내려다가 편집국장의 허락도 없이 몇 차례에 나누어 실어야겠다.
그래서 글 제목 뒤( ) 속에 번호를 붙인다.

지구 한바퀴를 돌다.
1998년 1월에, 태평양 건너 적도를 지나 24시간의 살인적인 비행 끝에 상파울루로 첫 번째 지구 반바퀴 뒤로 여행을 떠난다.
보름 정도 머물면서 만났던 대서양의 수평선과 상파울루의 낯선 거리는 43살짜리 보헤미안 을 유혹하고 있었다.
적도를 거쳐 북반구로 올라오면서, 태평양을 다시 지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음을 굳게 다진다. 10살짜리 소년들이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면서 다지는 조국에 대한 충성처럼,
“일단, 무조건 떠나자. 지구 반대쪽으로”
떠나지 않겠다는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둔 채 그해 가을에 두 번째 상파울루로 떠난다. 이민 가방 두개에는 이땅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저주와 분노를 가득 담고서.. .

그러나 1년이 채 못되는 상파울루 생활은 우여곡절 끝에 실패한 이민으로 막을 내리고 그곳의 거리 구석구석에 두고온 아쉬움과 적당한 그리움들은 이산가족의 그것들인 양 삶의 파편이 되어 가슴 언저리에 남는다.
상파울루를 훌쩍 떠난 온 지 5년이 지난 2004년 가을, 다시 마음을 다져 먹는다.
가보자!!!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2004년을 3일 남겨놓은 그날 아침에 시작한 세 번째 여행은 이때까지와는 거꾸로 부산에서 태평양 반대쪽으로 홍콩을 거쳐 인도양 위를 13시간 동안 밤새 날아 아프리카의 조하네스 버그 (요하네스버그 Johannesburg 를 현지에서는 이렇게 또는 조벅이라고도 부른다.)에 일 단 내린다.
30시간 가까운 비행을 한몫에 감당해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단 땅덩어리에 발바닥을 붙 여본다.
남생 처음 아프리카(남아공의 프리토리아)에서 5밤을 지내고 10시간 정도 대서양을 가로 질러 2005년 1월 3일 오후 5시 무렵(지구 반대쪽 시간)에 3번째 브라질 땅에 발을 내딛으며 지구 반대쪽의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마젤란이 자신의 행적과 관계없이 지구 한바퀴를 일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나는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상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지구 한바퀴를 돌아버렸다.

마젤란은 스페인의 국왕 카를로스 1세(뒤에 신성로마황제 카를 5세)의 특허를 얻어서, 1519년 8월 10일 서항로(西航路)로 몰루카제도에 갈 계획 하에 선박 5척과 승무원 270명으로 세비야를 출발하였다. 그는...... 1521년 3월 6일 괌섬에 도착하여 원주민과 교전하였다. 3월 16일 현 필리핀군도 레이테만(灣)의 즈르안섬에 도착하여 세비야에서 연행하여 온 수마트라인 노예의 통역으로 원주민과 우호관계를 맺었다.
4월 세부섬의 왕 및 부하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고 에스파냐왕에게 충성할 것을 서약하게 하였으며, 27일에는 준비가 덜 된 채 막탄섬의 토벌을 시작하였다가 마젤란은 부하 12명과 함께 전사하였다. 그가 죽은 지점이 몰루카제도의 경선(經線)을 넘었기 때문에 ‘세계일주’를 완수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망설이는 자, 결코 떠나지 못한다.
작년 초여름 무렵, 17살짜리 아들은 옆집 아줌마가 아파트 복도에서 만나거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만나볼 때마다 학교를 아주 공손하게 잘 다니는 그렇고 그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선생질을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애비는 저런 아들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건강한 상식(Common sense)은 학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원칙보다 변칙과 파행이 불고기의 양념처럼 깊숙하게 맛이 배어버린 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느날 저녁 17살 짜리 아들에게,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혼자 살아볼 자신 있나?”
아들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살아갈 수 있지. 보내만 준다면......”
아들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이렇게 시작한 아들의 무작정 유학이 가족의 프로젝트로 등장한다.
결국 아들은 작년 가을, 혼자서 이민 가방 2개를 끌고 인도양, 대서양을 건너 지구 반대쪽으로 통쾌하게 떠난다.
애비가 남은 인생의 승부를 걸려고 보냈던 그곳으로 아들을 보내고 나니 아들 염려보다도 애비가 그곳에 두고온 아쉬움과 그리움을 만나러 가고 싶다.
애비는 그동안 아내 모르게 챙겨둔 상 파울루행 비행기표 값을 은행에 가서 확인을 한다.
거기에 가서 먹고 자는 비용?
가면 되는거지......
하루밤씩 먹고 재워줄 친구들이 한둘이 있나? 거기에 가서 먹고 재워줄 친구를 만들면 되는거고.......

또 하나,
SERVAS(서바스)라는 여행 동호회 모임이 있다.
http://www.servas.or.kr/를 클릭해볼까?
서바스는 생면부지의 이웃들이, 그것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이웃들이 자기의 집을 개방한다. 아무런 대가없이, 여행하는 회원들에게만....
아들을 브라질로 보내고 브라질 “서바스“ 회원과 연결이 되어 아들을 꾸리찌바(Curitiba)에 사는 브라질 서바스 대표인 Cesar(쎄자르)의 집에서 1주일 정도 머물게 한 적이 있다.
아들은 세자르의 집에서 환대를 받았고 세자르의 중등학교 교사인 아내 마르씨아(Marcia) 덕분에 마테우스라는 브라질 친구도 사귀고......
아들은 혼자서 살아가는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

나는 나대로의 온 세상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모두 내 친구들 아닌가?
이렇게 나는 온 세상의 친구들을 찾으러 갈 준비를 한다.
처음에는 나 홀로 여행이 준비되었는데, 난데없이 여행을 같이 가게되는 여행 친구가 3명이 더 늘어나게 된다.
박선생은 전교조 부산지부의 피끓는 동지이다. 지난 연말 지부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바람에 허전한 그마음을 달래달라는 그의 아내로부터 부탁을 받고 난데없는 지구 반대쪽 여행이 그에게 준비된다. 여행 떠나기 보름 전의 일이다.
여행 준비를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폐지“는 해야 되게 아닌가? 초겨울 저녁. ”국보법 폐지“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서 만난 이 선생님은 환갑을 앞둔 이때에 또 목이 짤린 해직 상태이다. 3월 복직을 앞두고 이번 겨울 어디로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데 남미로 배낭여행을 간다는 배선생을 만났다. 이렇게 식구가 또 한명 늘어난다.
오랜만에 다니러간 초겨울의 서울 밤거리는 소주잔으로 넘쳐난다. 10년 전에 담임을 맡았던 제자 놈들 역시 “국보법 폐지”를 빙자하여 소주잔 속에서 우리는 함께 뭉친다.
당연히 여행 이야기가 나온다.
소주 한잔에 얼큰해진 배선생이 순간적으로 돌린 잔머리에 난데없이 행운을 잡은 놈이 김판수이다. 지방의 그렇고 그런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엉성한 신문사의 얼치기 사진기자를 2달 정도 했다는 소리에 “내 따라 여행을 가자. 그리고 사진을 찍어라. 비용은 샘이 낸다. 그대신 판수가 찍은 사진의 저작권은 샘이 가져간다.”
이렇게 “나홀로 여행”에서 계획에도 없이 4명의 “여행단”이 되어버렸다.
같이 뭉쳐가는 것은 좋은데 그다음이 문제다.
서바스의 도움으로 여행을 가려면 3명 이상은 회원의 집에 숙박하기가 쉽지가 않은데 그냥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래도 일단 가보자.
이렇게 여행단이 꾸려진 것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오는 45일 대장정이 시작하기 겨우 10일 전이었다.

원추리 : 선배님, 그만큼 다녔으면 비용은 얼마쯤 들었습니까? 나도 한번 떠나봐야겠다.
배선생 : 아들을 브라질 보내는 비용+우리(배선생과 제자 판수) 여행비용이 1,000만원 정도....... 여행이라는 것이 낯선 풍경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하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당해 보는건데 은행 빚을 한바가지 덮어 쓰는 것도 “인생 여행”의 한부분이 아닐까?
그런데, 내 통장에 돈이 억만금이 들어있어도 내마음에 어디론가 떠날까 말까 망설임이 있으면 떠나기 전까지의 그 억만금은 내가 쓸 여행비가 아니라네....

-홍콩, 남아프리카의 조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브라질의 상 파울루,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리고 몇군데의 브라질 도시 이야기들을 몇차례 정도로 나누어서 선사해야겠다.-

김인순: 선생님 책을 내셔도 되겠습니다 여행이야기중에 가끔씩 단어하나하나에 맘이 가는구절이 있어 얼른 단숨에 읽어보았네요 가슴도 뛰어 잠시 주체하는라 하늘을 함 쳐다보았네요 넘치는 힘을 본것같습니다 -[03/16-10:09]-

성재위: 대단하심니다. 어려움을 함께한 친구와 배셈과 같이 가면 떡이나 돈이 아니면 여행맛 듬뿍 생기는 모양 입니다. 쉽게쉽게 어려운 결정과 본론을 처리하시는 추진력.깊은 장맛처럼 구수한 이야기 늘 잘 듣고 읽고 있습니다.고맙습니다.배셈 짱이오~~~~~ -[04/16-11:13]-